바이오콘, 신약 후보 물질 ‘관상’보고 뽑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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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7 03:00:00 편집

신약 후보 물질, ‘관상’보고 뽑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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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의 핵심은 타깃과 후보물질 발굴이다. 의약바이오컨버전스연구단은 최근 암의 전이를 막는 타깃과 후보물질을 찾아냈다. 의약바이오컨버전스연구단 제공

국내 제약사 동아ST가 개발한 항생제 ‘테디졸리드’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시벡스트로’라는 제품명으로 승인을 받았다. 국내에서 개발된 신약이 FDA에서 승인을 받은 것은 2003년 LG생명과학의 항생제 ‘팩티브’에 이어 두 번째다. 

김성훈 의약바이오컨버전스연구단장(서울대 약대 교수)은 “토종 신약의 미국 시장 진출도 쾌거지만, 평균 13∼15년 걸리는 신약 개발 기간을 10년으로 3년 이상 대폭 단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테디졸리드의 미국 내 판매를 담당하는 큐비스트가 1993년 설립됐을 당시 연구원으로 일한 인연이 있다.

○ 암 전이 억제 물질 발굴 성공 

테디졸리드가 10년 만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의 항생제 ‘자이복스’와 동일한 타깃을 공략한 덕분이다. 자이복스의 타깃은 세균의 리보솜. 자이복스는 이 리보솜에 붙어 세균의 단백질 합성을 방해해 균이 번식하지 못하게 만든다. 김 단장은 “신약 타깃을 한번 발굴하면 여러 종류의 신약을 빠른 시일 안에 만들기 유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약 타깃을 발굴하는 일은 쉽지 않다. 평균 성공률이 고작 1000분의 1 정도다. 국내 제약사는 물론이고 자본력이 있는 글로벌 제약사도 이 정도 승률만 보고 타깃 발굴에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신약 타깃이나 타깃이 될 만한 후보물질은 주로 대학 실험실에서 연구되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신약 후보물질의 40%가 대학에서 나왔다.

신약 개발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의 경우 타깃을 찾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쓰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1년 의약바이오컨버전스연구단을 글로벌프런티어사업단으로 선정해 올해까지 455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도 몇 년째 연구단에 수억 원을 투입하고 있다.

연구단의 주 대상은 항암제 타깃이다. 최근 연구단은 암 전이를 일으키는 KRS 유전자를 새로운 타깃으로 발굴한 데 이어 KRS의 작동을 막아 암 전이를 억제하는 물질까지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김 단장은 “암 치사율이 높은 이유는 전이가 일어나기 때문인데 아직 이를 억제하는 신약이 전혀 개발되지 않은 만큼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 ‘신약의 조건’ 갖춘 후보물질 압축이 핵심

지금까지 연구단이 찾아낸 암 전이 억제 물질 후보는 총 6개. 하지만 이들이 모두 신약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물질을 골라내야 하는데, 여기서부터 연구단의 진정한 ‘노하우’가 발휘된다. 한균희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약에도 ‘관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고, 이 특징만 잘 잡아내면 신약 개발 가능성을 어느 정도 점칠 수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시간을 얼마나 끄는지에 따라 신약 개발 기간이 좌우된다”고 말했다. 

그간 연구단이 골라낸 ‘신약의 조건’으로는 크기가 500kD(킬로돌턴·1kD은 산소원자 질량의 16분의 1) 이하의 작은 물질일 것, 수소결합기는 적고 지용성을 띨 것 등이 있다. 이런 조건들을 만족해야 소위 ‘약발’이 먹히는 것이다. 

연구단은 현재 이렇게 고른 최종 후보 물질을 이용해 유한양행과 함께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또 내성 문제가 있는 항암제인 ‘라파마이신’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타깃(LRS 유전자)도 최근 찾아내 이를 억제할 후보물질을 압축하고 있다.

신선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vami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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