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發 신약 혁명… 개발기간 4분의 1로

(조선일보)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 2017.12.05 18:48

전 세계 제약산업 AI 붐
논문 100만편 동시에 조사 가능
사람이 못 알아내는 패턴도 파악
가상 실험 통해 약효까지 예측
글로벌업체, AI기업과 잇단 제휴
국내 제약사들도 AI센터 서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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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방배동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의실에서 국내 제약사 직원 10여명이 미국 IBM 본사 연구진들과 인터넷을 통한 웹콘퍼런스를 열었다. 회의 주제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신약 개발.’ 앞서 지난 9월에는 제약바이오협회 직원들이 영국 런던에서 열린 인공지능 국제회의에 참석해 제약업계의 인공지능 활용 현황을 조사했다. 제약바이오협회는 내년 상반기 신약개발 인공지능 지원센터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전 세계 제약 산업에 인공지능 붐이 일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앞다퉈 인공지능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인공지능이 찾은 신약 후보 물질에 대한 임상시험도 시작됐다. 신약 개발에서 인공지능이 각광받는 것은 신약 개발 비용과 소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신약 출시까지 평균 26억달러(약 2조8000억원)와 14년이 걸리지만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이 접목되면 비용과 시간을 4분의 1로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제약사와 AI 기업 제휴 활발

글로벌 제약사들은 최근 발 빠르게 인공지능 회사들과 손을 잡고 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인공지능을 왓슨을 보유한 IBM과 면역항암제를 개발 중이며, 영국 GSK와 프랑스 사노피는 영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엑스사이엔티아와 수천억원대의 신약 개발 계약을 맺었다. 미국 제약사 머크는 샌프란시스코의 아톰와이즈와 손잡고 신경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성과도 이미 나오고 있다. 미국 존슨앤드존슨의 제약 부문인 얀센과 제휴한 영국 버네벌런트AI는 이미 루게릭병 치료제 2종을 찾아냈다. 미국 바이오기업 수노비온은 엑스사이엔티아와 협업(協業)을 통해 정신질환 치료제를 개발했으며 곧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할 예정이다. 제약사들이 동물실험 전 단계까지 신약 후보 물질을 찾는 데 평균 4.5년이 걸린다. 엑스사이엔티아는 인공지능으로 단 1년에 끝냈다.

속도전의 비결은 인공지능의 엄청난 기계 학습 능력이다. 신약이 될 수 있는 화합물의 수는 10의 60제곱으로 태양계의 원자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다. 엑스사이엔티아의 경우 인공지능에게 수많은 화합물과 질병과 연관된 인체 단백질의 구조 정보를 담은 빅데이터를 학습시킨 뒤 스스로 인간이 미처 알아내지 못한 패턴을 파악하도록 했다. 공략할 단백질을 지정하면 인공지능이 새로운 화합물을 제시하는 식이다. 또 컴퓨터가 가상 실험과 문헌 분석을 통해 약효를 사전에 거의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연구자 한 명이 한 해 200~300여 건의 자료를 조사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은 논문 100만 편을 동시에 조사할 수 있다.

기존 약의 효능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효능을 찾는다면 더 빠르다. 스위스 베른대 연구진은 1660억 종의 화합물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었는데, 인공지능은 이 데이터베이스에서 시판 중 약과 약효가 같거나 나은 물질을 단 3분 만에 찾아냈다. 미국 아톰와이즈는 인공지능으로 시판 중인 7000여 종의 약 중에 에볼라 치료제가 될 2종을 단 하루 만에 찾아냈다. 기존 방법으로 했다면 몇 년까지 걸릴 일이었다.

◇국내 제약사들도 AI센터 추진 잇따라

국내에서도 인공지능 신약 개발이 시동을 걸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신약 개발 인공지능 지원센터 테스크포스팀에 녹십자·한미약품·대웅제약·동아에스티·JW중외제약·보령제약·한독 등 상위 업체 18개가 참여하고 있다. 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 6월 26년간 IBM에서 인공지능을 연구한 배영우 아이메디신 대표를 연구개발정책위원회 4차산업전문위원으로 영입했다.

이재국 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국내 제약사들은 기업 규모가 글로벌 업체에 뒤지기 때문에 인공지능 활용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며 “내년 상반기에 인공지능 지원 센터가 설립되면 국내 제약사들에 해외 인공지능 기업들을 연계해주고, 관련 산업 정보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아에스티는 이미 작년부터 아주대 유헬스정보연구소와 함께 환자의 진료기록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치료제 개발을 하고 있다. 유한양행, 녹십자도 연구소에 축적된 임상시험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인공지능 스타트업들이 신약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종합기술원 출신 박사 3명이 창업한 스탠다임은 국내 바이오기업 크리스탈지노믹스와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아주대·KAIST와도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 파로스IBT는 화합물 1200만종과 약물 표적 단백질 200만 종과 최신 논문들을 분석하는 인공지능으로 대장암·백혈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김진한 스탠다임 대표는 “인공지능으로 신약 개발의 시간과 비용이 30% 줄어들면 제약사의 이익은 최대 120%까지 늘어난다”며 “지금까지는 국내 제약사가 막대한 자금을 내세운 글로벌 제약사를 넘어서기 어려웠지만 인공지능을 이용하면 한국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원문: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05/201712050257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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