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BIZ] 피부암 진단 정확도 95%… AI, ‘수퍼 닥터’로 진화

(조선비즈=박건형기자) 입력: 2018.06.14 03:06

런던 도심에 자리 잡은 인터넷 기업 구글의 영국 사옥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의사 양성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이곳이 일반적인 의과대학과 다른 점은 학생이 인공지능(AI)이라는 것. 학습 교재는 영국국민보건서비스(NHS)에 저장된 유방암 환자들의 유방 엑스레이 사진 7500장이다. 구글의 AI 자회사인 딥마인드와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팀은 이 사진을 이용해 AI에게 환자와 질병 진행 정도에 따라 제각각인 종양 형태를 가르친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측은 “이 과정을 반복하면 AI는 미세한 음영(陰影)이 암의 징후인지 아니면 단순한 그림자인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면서 “조기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동시에 조직 검사 같은 불필요한 과잉 진료도 막을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올 연말까지 실제 의료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유방암 전문 AI 의사를 개발하는 것이 연구팀의 목표이다.

◇수퍼 암 닥터로 진화한 AI

AI가 의사의 영역을 넘보고 있다. 특히 가장 흔하면서도 치명적인 질병인 암(癌) 분야에서 활약이 두드러진다. 미국·유럽·중국 등 세계 곳곳에서 숙련된 의사보다 암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AI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람 의사는 평생 걸려도 보기 힘든 방대한 양의 의료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컴퓨팅 파워, 학습을 통해 스스로 판단이 가능하도록 하는 딥러닝(심층 학습) 기술의 발전 덕분에 가능해진 일이다. AI 의사는 아직 사람 의사의 영상 판독과 치료법 판단에 도움을 주는 수준이지만 수술 로봇 등과 본격적인 시너지를 내기 시작하면 의사를 완전히 대체하는 ‘수퍼 암 닥터’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 의료 시장의 급성장
▲ Getty Images Bank

미국 텍사스대 연구팀은 지난달 환자의 얼굴·목 부분을 찍은 CT(단층 촬영)와 엑스레이 영상을 보여주면 정확하게 암세포만을 구분하는 AI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뇌암이나 후두암 수술은 정확하게 암세포만을 잘라내야 한다. 자칫 주변 조직이 손상되면 운동 능력이나 발성에 돌이킬 수 없는 장애가 생길 수 있고, 반대로 암세포가 일부라도 남으면 전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텍사스대 연구팀은 미국 MD앤더슨 암센터 환자들의 치료 기록을 AI에 학습시켜 AI가 암 환자의 영상에서 암세포와 정상 세포의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표시할 수 있게 했다. AI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수술이나 화학요법을 실시하면 치료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부작용은 줄일 수 있다.

일본 히타치제작소는 환자의 엑스레이 영상과 소변 검사 기록을 분석해 전립선암을 진단하는 AI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AI는 히타치종합병원에 축적된 전립선암 환자들의 연령, 전립선 형태, 소변 속 백혈구 숫자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스스로 전립선암 진단 기준을 만들어냈다. 시험 결과 AI 의사의 전립선암 진단 정확도는 70%로 조직 검사를 이용한 진단(52~53%)보다 높았다.

일본 쇼와대 모리 유이치 교수 연구팀은 올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연합 소화기학회에서 “딥러닝을 이용해 초기 결장암을 86%의 정확도로 진단하는 AI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결장암은 자각 증상이 거의 없고, 영상 검사로는 잘 발견되지 않아 치사율이 높은 난치 암이다. 미국 경제 전문 포브스는 “시간과의 다툼이 무엇보다 중요한 결장암 치료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기술”이라고 보도했다.

AI 의사의 우수성은 의사와의 비교에서도 입증됐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의대와 미국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은 지난달 자체 개발한 피부암 진단 AI와 17개국 58명의 피부과 전문의의 진단 정확도를 시험했다. 100장의 피부 사진을 양쪽에 보여준 결과 AI의 피부암 진단 정확도는 95%였다. 반면 의사들은 86.6%에 그쳤다. 특히 의사들은 4주 뒤 AI에 입력하지 않은 나이, 성별, 질병 부위 등 추가 정보와 해상도가 더 높은 사진을 제공했는데도 정확도가 88.9%에 머물렀다.

◇한국도 ‘닥터 앤서’ 개발 시작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 환자의 의료 영상을 분석해 암세포와 정상 조직의 경계(초록색)를 표시한 모습.
▲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 환자의 의료 영상을 분석해 암세포와 정상 조직의 경계(초록색)를 표시한 모습. /텍사스대

전문가들은 AI 의사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사람 의사는 양성에만 10년 가까운 시간과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고 능력도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AI는 데이터만 충분히 입력하면 항상 동일한 수준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한꺼번에 수백~수천명을 동시에 진단할 수도 있다.

한국도 최근 AI 의사 개발 열풍에 뛰어들었다. 정부와 서울아산병원, AI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카카오브레인 등이 함께 지난 4월부터 의료용 AI인 ‘닥터 앤서(Dr.Answer)’를 개발하고 있다. 올해부터 2020년까지 357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진단 정보, 의료 영상, 유전체 정보 등 한국인에 최적화된 의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진단과 치료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목표이다.

개발을 총괄하는 김종재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장은 “같은 질환이라도 인종, 거주 지역, 건강 상태 등에 따라 증상이 모두 다르다”면서 “한국인에게 최적화된 AI 의사는 한국이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문: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14/201806140008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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