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GMO의 대안 ‘유전자 교정’, 농업혁명 이끈다

(조선비즈=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 2018.06.28 03:07

영국 에든버러대 로슬린연구소는 지난 20일 국제 학술지 ‘바이러스학 저널’에 돼지에게 치명적인 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 바이러스 감염을 유전자 교정으로 원천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PRRS는 폐 기능을 약하게 하고 사산, 유산을 유발해 유럽에서만 한 해 2조원이 넘는 피해를 입히는 돼지 최대의 전염병이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치료제가 없었다. 유전자 교정을 거친 돼지들은 바이러스를 주입해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DNA에서 원하는 부분을 바꾸거나 잘라내는 유전자 교정 기술이 새로운 농업 혁명을 이끌고 있다. 손상된 DNA를 정상 형태로 바꿔 병충해를 막고, 생산량을 높일 뿐 아니라 건강에 좋은 성분을 늘려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각국 정부가 유전자 교정 농작물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올해부터 유전자 교정을 거친 농작물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아크 투자 컨설팅그룹은 유전자 교정을 통해 2025년까지 농업 각 분야에서 시장 규모를 1690억달러(약 188조원) 늘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수조원 피해 주는 돼지 전염병 차단

유전자 교정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와 같은 효소 단백질로 DNA를 구성하는 특정 염기들을 자유자재로 잘라내는 기술이다. 잘린 부분은 DNA 자체의 복구 시스템에 의해 정상 DNA로 교체된다. 로슬린연구소 과학자들은 돼지 DNA의 26억개 염기 중 단 450개를 잘라내 세포 표면에서 PRRS 바이러스와 결합하는 단백질을 만들지 않게 했다. 연구진은 “유전자 교정을 거친 돼지는 건강은 물론 육질에도 전혀 변화가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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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박상훈

영국 양돈협회는 “돼지의 바이러스 감염을 원천 차단하면 항생제 남용 문제도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돼지가 PRRS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치료제가 없어 항생제를 이전보다 더 많이 쓰는 경우가 많았다. 로슬린연구소는 PRRS에 이어 아프리카 돼지 열병과 조류인플루엔자 등 다른 가축 전염병도 유전자 교정을 통해 차단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미국 바이오 기업 리컴비네틱스(Recombinetics)는 지난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유전자 교정으로 젖소의 뿔을 없앤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젖소를 키우는 농가에서는 농민들이 뿔에 다치는 경우가 많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가축 유전자 교정 연구를 위해 에든버러대에 4000만달러(약 445억원)를 기부했다. 에든버러대는 아프리카에서도 젖소를 키울 수 있도록 털이 짧아 더위에 강한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농작물에서도 유전자 교정이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 바이오 기업 칼릭스트(Calyxt)는 콩에서 지방산을 만드는 유전자 두 개를 교정해 몸에 나쁜 포화지방산 대신 올리브유처럼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을 만들도록 했다. 칼릭스트는 올해 세계 최초로 유전자 교정 콩을 시판할 예정이다.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글루텐 단백질을 제거한 품종도 개발했다. 미국 듀폰 파이오니어는 유전자 교정으로 전분을 강화한 찰옥수수를 개발해 2020년 시판을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이 창업한 툴젠이 유전자 교정 가축과 농작물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옌볜대와 근육 강화 돼지를 개발했으며, 올해는 농우바이오와 색과 영양 성분이 강화된 당근을 개발할 계획이다. 아일랜드 업체와 몸에 나쁜 트랜스지방을 줄이고 몸에 좋은 올레인산이 많이 들어 있는 콩도 개발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은 바나나와 카카오를 멸종 위기로 내몬 곰팡이병을 유전자 교정으로 차단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외부 유전자 넣지 않아 GMO 규제 없어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지구 인구가 70억명에서 2050년 96억명으로 늘어나면 농업 생산량이 지금보다 70% 늘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유전자변형작물(GMO)이다. 하지만 GMO는 가축이나 농작물에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삽입하는 방식이어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크다. 유전자 교정은 동식물의 원래 유전자를 이용해 GMO와 다르다.

지난 1월 유럽 사법재판소도 유전자 교정을 이용한 신품종이 GMO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2016년 미국 농무부는 유전자 교정으로 변색을 예방한 양송이버섯을 GMO 규제 대상에서 제외시켰으며, 듀폰 파이오니어의 유전자 교정 찰옥수수도 GMO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아크 투자 컨설팅은 유전자 교정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식량 생산량이 늘어 2050년 8억명을 더 먹여 살릴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유전자 교정이 우리나라가 글로벌 농업 기업을 따라잡을 절호의 기회라고 본다. GMO는 한 종을 상업화할 때까지 1000억원 이상의 개발 비용과 위해성 검사 등에 10년 이상의 기간이 들어 글로벌 기업이 아니고서는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웠다. 반면 유전자 교정은 품종 개발비가 3억~5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김상규 KA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유전자 교정은 연구자가 직접 관련 산업에 쉽게 뛰어들 수 있을 만큼 활용이 쉬워 작은 기업들도 좋은 생산물을 낼 수 있다”며 “국내에서도 유전자 교정에 대한 합리적 규제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문: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27/2018062704109.html?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biz#csidxd2cf85271fe02539716fbc910218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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