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협력 생태계 조성 법제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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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원호섭기자)  입력 : 2019.06.09 17:22:35 수정 : 2019.06.10 09:35:10

사진설명지난달 27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 위치한 바이오 벤처 에이바이오텍 연구실에서 서우영 대표가 인간 콜라겐을 만들고 있다. 에이바이오텍은 의약바이오컨버젼스연구단이 10년 동안 쌓아왔던 단백질 기술을 토대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유전자 재조합기술을 이용해 상업용 인간 콜라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김호영 기자]

서영거 차의과학대학 약학대 교수는 2014년 혈관 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인 `SH12042`를 개발하며 국내 제약사에 기술이전을 추진했다. 하지만 관심을 보이던 기업이 계약을 포기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른 제약사와 손잡고 추가 연구를 하고 있다. 서 교수는 “환자에게 투여하는 방법을 바꿔 약효를 높이는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연구를 하는데 기업은 완성도 높은 기술을 원한다”며 “원하는 게 다르다 보니 산학협력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원미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012년 일동제약에 종양 치료제 후보물질 `IDF-1774`를 4억5000만원을 받고 기술이전했다. 7년이 지난 현재 IDF-1774는 임상 1상을 앞두고 있다. 임상 돌입까지 7년이 걸린 셈이다.

원 책임연구원은 “임상 병원을 선택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며 “또한 그사이 면역항암제가 출시되면서 IDF-1774를 항암제와 병용하는 연구를 추가 진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임상 1상을 통과한 후보물질이 2·3상을 거쳐 시장에 출시될 확률은 9.6%에 불과하다. 실패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는 “신약 개발 과정에는 대학, 연구소, 병원, 기업 등 많은 기관이 참여해야 하는 만큼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연간 4조원의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바이오 헬스 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혁신전략이 지난달 22일 발표됐다. 앞서 셀트리온 또한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에 2030년까지 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바이오산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넘치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산업 `캐시카우`로 불리는 신약 개발 분야에서 한국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목소리가 많다. 신약 개발에 필요한 비용 수조 원과 15년이 넘는 기간을 규모가 작은 국내 제약사가 감당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국내 제약사가 수조 원을 들여 임상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기업 존립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국내 기업들은 신약 개발보다 돈이 덜 드는 방식인 기술수출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용화에 성공하더라도 천문학적인 매출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업계에서는 규모가 작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약으로 `대박`을 터트리기 위해서는 산학연 협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우수한 연구자가 모여 있는 대학·정부연구소가 기업과 함께 신약 개발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하지만 앞선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산학연 간에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한다.

서 교수는 “산학연이 함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R&D를 진행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며 “특히 기업이 개발 초기 단계부터 함께 참여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산학연의 유기적인 연결 모델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바로 2010년 설립된 의약바이오컨버젼스연구단이다. 정부에서 지원을 받지만 독립된 연구단으로 운영되는 의약바이오컨버젼스연구단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KAIST 포항공대(포스텍)를 비롯한 국내 15개 대학과 국립암센터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5개 정부출연연구소, 대웅제약 JW바이오사이언스 등 25개 제약·바이오기업, 서울대병원 연세대병원을 비롯한 4개 대학병원 등 국내 내로라하는 연구자들이 모여 공동 R&D를 진행해 왔다.

의약바이오컨버젼스연구단 강점은 기존 신약 개발 과정을 개선해 규모가 작은 국내 상황에 맞게 재편했다는 것이다. 특정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유전자나 단백질 등 타깃물질을 찾으면, 이 타깃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신약 후보물질을 찾는다. 후보물질이 발견되면 독성평가를 하고, 임상을 시작한다. 타깃물질과 신약후보물질 연구는 일반적으로 대학과 같은 기관에서 많이 하며 독성평가와 임상은 제약사가 맡는다. 만약 독성평가가 실패하면 원점으로 돌아와 신약후보물질을 찾아야 하는데 대학과 기업이 연결되어 있으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김성훈 의약바이오컨버젼스연구단장(서울대 약대 교수)은 “연구단은 신약 개발 과정을 `원형`으로 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타깃물질을 연구하면서 동시에 신약후보물질을 찾고, 가능성 있는 물질이 나타나면 곧바로 동물실험까지 하는 방식이다.

의약바이오컨버젼스연구단의 신약 개발 플랫폼은 설립 2년 후인 2012년부터 본격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총 9건의 기술이전을 했으며 2016년 이후 5개 바이오벤처가 의약바이오컨버젼스연구단에서 탄생했다. 기술 수입료는 134억원에 달한다.

김상범 의약바이오컨버젼스연구단 박사는 “한국 제약·바이오업계 R&D 투자비용, 매출액 등이 글로벌 기업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 연구단 모델은 이 같은 절대 규모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연구단은 이 플랫폼을 활용해 13~17년이 걸리는 신약 개발 기간을 3~4년 단축하고 6000억원에 달하는 신약후보물질 발굴 비용도 60억원까지 끌어내린다는 계획이다.

김 단장은 “정부가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키우려면 학계, 산업계, 투자사가 함께할 수 있는 연구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법령을 정비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원문: https://www.mk.co.kr/news/it/view/2019/06/397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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