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 비닐서도 바이오 신약 나온다

(조선비즈_싱가포르=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19.09.16 03:08

싱가포르 투아스메디컬파크 산업단지에 있는 암젠 싱가포르 공장(ASM)에 들어서자 수액 용기처럼 투명한 대형 비닐백들과 그 사이로 이어진 플라스틱 관들이 눈에 들어왔다. 대형 설비도 보이지 않아 공장보다는 대학 실험실처럼 보였다. 지난달 28일 ASM에서 만난 토드 월드론 공장장은 “비닐백 안에 의약품이 될 단백질을 만드는 세포가 들어 있다”며 “배양이 끝나면 비닐백을 통째로 꺼내 정제 장치로 옮기고 원래 자리엔 새 비닐백을 연결해 다시 배양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스테인리스스틸 재질의 탱크·배관 대신 비닐백과 플라스틱 튜브들이 즐비한 암젠 싱가포르 공장.
금속 용기 안에 있는 1회용 비닐백은 배양이 끝나면 튜브에서 떼내 바로 교체가 가능해
용기 세척 기간이 필요 없는 무중단 생산이 가능하다. /암젠

미국 제약사 암젠은 한 해 8조원이 넘게 팔리는 관절염 치료제 엔브렐과 같은 바이오 의약품을 주로 생산한다. 바이오 의약품은 살아 있는 세포를 배양해서 만들기 때문에 공장 내부는 효모를 배양하는 맥주 공장처럼 스테인리스스틸 재질의 대형 배양 탱크와 배관들로 가득한 게 일반적이다. 암젠은 그 공장을 1회용 비닐백과 플라스틱 튜브로 대체했다. 제임스 웨이드너 ASM 공정개발 전무는 “ASM은 2014년 세계 최초로 상용 바이오 의약품 생산에 1회용 비닐백과 플라스틱 관을 적용한 공장”이라고 말했다.

 

◇금속 탱크를 1회용 비닐백으로 대체

바이오산업에 1회용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량생산에 적합한 대형 스테인리스스틸 배양 탱크가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비닐백과 플라스틱 튜브 같은 1회용 배양 설비를 이용한 생산 방식이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 제약사들이 앞다퉈 1회용 설비를 확충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이미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와 독감 백신 생산에 적용되고 있다.

1회용 생산 방식은 무엇보다 공장 건설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이는 장점이 있다. 보통 바이오 의약품 공장은 축구장보다 훨씬 큰 면적에 수㎞ 길이의 배관이 들어간다. 짓는 데도 몇 년이 걸리고 건설비도 수조원이 들어간다. 반면 암젠은 싱가포르 공장을 단 17개월에 기존 건설비의 4분의 1로 완공했다. 공장 면적은 5분의 1로 줄였다.

연중 무중단 생산이 가능한 것도 1회용 방식의 장점이다. 기존 스테인리스스틸 방식의 공장에서는 한 번 의약품 생산이 이뤄지고 나면 탱크와 배관 내부를 고압의 수증기로 세척하느라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물 소비도 엄청나다. 하지만 1회용 설비는 프린터의 잉크 카트리지를 갈아 끼우듯 바로 교체해 중단 없이 다음 생산이 가능하다. 암젠은 싱가포르의 성공 사례를 전 세계로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미국 로드아일랜드에 새로운 생산 시설을 준비하고 있는데 싱가포르에서 처음 상용 생산에 성공한 1회용 생산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맞춤형 의약품의 다품종 생산에 적합

1회용 생산 방식은 맞춤형 의약품 생산에도 적합하다. 특정 환자나 지역에 맞는 바이오 의약품을 수시로 바꿔가며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약이라도 약품 형태를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미 개발 중인 신약의 임상시험용 제품을 대부분 1회용 생산 방식으로 만들고 있다. 약품 형태나 성분을 수시로 바꾸는 것이 수월한 덕분이다. 임상시험용 바이오 의약품의 85%가 일회용 설비에서 만들어진다.

국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임상시험용 의약품 생산에 1회용 배양 설비를 쓰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안동 공장에서 세포 배양 방식의 독감 백신을 1회용 비닐백으로 만들고 있다. 미생물 발효는 탱크에서 고온, 고압을 유지해야 가능한 경우가 많은데 SK가 백신 생산에 쓰는 동물 세포는 비닐백에서도 쉽게 배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 관계자는 “탱크와 배관 세척 기간이 생략돼 같은 기간 공장을 더 자주 가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1회용 생산 방식은 아직은 전체 바이오 의약품 생산에서 7~10%를 차지하는 데 그치고 있다. 대부분 동물실험이나 임상시험용 의약품 생산을 담당하고 있고 상용 생산의 비중은 아직도 매우 낮다. 대량 생산에서는 여전히 용량이 큰 스테인리스스틸 탱크 방식을 쓴다. 생산비가 저렴하다는 이유에서다. 금속 탱크는 2만L 규모가 일반적이지만 1회용 비닐백은 2000L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생산 기간 단축이 경제성을 좌우하는 바이오시밀러 생산 업체나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들을 중심으로 1회용 배양 설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기존 바이오 의약품 생산 업체들도 일부 공정에 1회용 용기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 바이오 의약품 생산 설비 조사업체인 바이오플랜어소시에이트는 1회용 바이오 의약품 생산 설비 시장이 2013년 14억달러(약 1조6700억원)에서 2018년 35억달러(약 4조1700억원)로 증가했으며 2023년까지는 110억달러(13조1100억원) 규모 시장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원문: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16/20190916001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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