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 신약 급한데…”임상 규정조차 없어”

(매일경제=김병호 기자)  입력 : 2019.10.16 17:21:21 수정 : 2019.10.16 17:24:07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앞다퉈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을 활용한 신약 개발에 나섰지만 국내에선 임상조차 제대로 진행하기 힘든 것으로 드러났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조어로, 미생물을 이용해 질환을 치료하는 효능이 알려져 있지만 신약 임상과 인허가를 받기 위한 가이드라인조차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신청하려면 개발하려는 신약이 항체의약품인지 세포치료제인지 아니면 유전자치료제인지 등 의약품 항목을 정해야 한다. 하지만 마이크로바이옴은 아예 의약품 분류 항목에서 빠져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선 임상조차 하기 힘들어 해외에서 임상을 진행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바이오랩은 이달 들어 자가면역질환과 아토피 피부염 등을 적응증으로 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후보물질 `KBLP-001`에 대해 호주에서 임상 1상에 들어갔다. 내년 초 임상 1상 결과가 나오면 2상은 미국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고광표 고바이오랩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치료제로 개발하려 해도 국내에는 임상 규정 자체가 없고 새로운 시도를 하려면 이것저것 따지는 규제가 많아 호주에서 임상을 하게 됐다”며 “호주에서는 사용한 임상 비용의 40%를 환급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은 몸속에서 유래된 물질을 살아 있는 미생물 형태로 넣어주는 것으로 당국은 이 같은 생약의 특성을 인정해야 한다”며 “신규 분야인 줄기세포치료제처럼 서둘러 별도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내균주를 활용하기 때문에 합성이나 다른 바이오의약품에 비해 안전성이 높은 마이크로바이옴 특성에 맞는 임상과 심사 방식 등이 갖춰져야 한다는 주문이다.

지놈앤컴퍼니도 기존 면역항암제와 병용해 사용하는 마이크로바이옴 항암제 전임상(동물 실험)을 마무리한 뒤 연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 1상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지놈앤컴퍼니 관계자는 “국내에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관련 규정이 없고, 심사관들도 심사를 해본 적이 없어 임상을 국내에서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며 “미국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임상 경험이 많은 데다 개발 후 현지 진출을 목표로 미국에서 첫 임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일부 기업은 고육지책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분류 항목을 바꾸는 식으로 국내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 쎌바이오텍은 마이크로바이옴 대장암 신약물질을 유전자치료제로 분류·신청해 전임상을 진행 중이다. 동물 임상을 통해 마이크로바이옴 대장암 치료 효능을 확인한 상태로 내년 초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1상 신청을 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유전자치료제로 전환해 전임상을 하고 있는데 인보사 사태로 인해 관리 감독이 강화되면서 일정이 예정보다 늦어진 상태”라며 “당초 전임상은 쥐 같은 설치류로만 하면 됐지만 인보사 사태 이후 영장류(마머셋) 임상까지 요구해 비용과 시간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만일 유전자치료제와 별도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만의 임상 기준이 있다면 지금처럼 힘들게 임상을 진행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업계 불만이 커지면서 식약처는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규정을 만들기 위한 정책용역연구 결과물을 다음달 말 제출받을 예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전문 용역기관 보고서를 평가하고, 업계와 논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제도적 기반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은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로 보고 개발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시장에 출시된 것은 없다. 전 세계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물질이 임상 3상까지 간 것은 단 5개에 불과하다. 그만큼 첫 번째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내놓는다면 `퍼스트무버`로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원문: https://www.mk.co.kr/news/it/view/2019/10/839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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