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코로나19 이후,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동아사이언스=김성훈 의약바이오컨버전스연구단장) 기사입력: 2020.04.06 12:00

△ 김성훈 의약바이오컨버전스연구단장

거리에 벚꽃이 만연한 것을 보면 올해도 봄이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왔다. 하지만 2020년의 봄은 신록과 꽃의 부활을 보며 봄볕을 즐기던 여느 때와 달리 잔인하기만 하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전 세계가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가 이런 세계적 유행병(팬데믹)에 치명상을 입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347년부터 5년간 유럽을 휩쓴 흑사병 (페스트)으로 서유럽에서 전체 인구의 반에 가까운 7500만명이 목숨을 잃었고, 스페인 독감으로 알려진 1918년 인플루엔자는 전 세계의 인구 3~6%가량을 희생시켰다. 가깝게는 2002년 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SARS),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등 수많은 재앙적 질병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해왔다. 하지만 인류는 그 고통을 지나 오히려 발전을 해왔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 왔다.

 

최근 세계적 유행병의 발생 빈도를 보면 세계의 정치, 경제, 그리고 환경적 상황들이 서로 맞물려 발생 빈도가 빈번해 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세계적 유행병의 발생이 일상화될 것이 예상이 되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대응 방법을 혁신할 수 있는 근본적인 변화를 찾아야 한다. 대유행에 대한 대처는 과학, 의학, 약학, 정책, 산업등의 분야가 힘을 합쳐 복합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이기에 한가지 방법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의과학자로서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들여다 보고자 한다.

팬데믹은 지구의 어딘가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에 정체를 알지 못하는 형태로 발생한 뒤 순식간에 전세계로 퍼져나간다. 일단 발생을 하면 각 국가는 물리적인 격리와 방역을 통해 병원체의 전파를 막고 그 병원체가 많은 인명을 살상하는 것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병원체의 정체를 파악하고 진단법과 치료법을 찾아내는 연구를 하며 기업들은 이를 제품으로 만들어 신속히 허가를 받고 진단과 치료의 현장에 투입해 환자들을 치료한다.

 

그러나 이 과정은 아무리 빨리 진행해도 수개월에서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동안은 불가피하게 병원체가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고 사회와 경제를 피폐하게 한다. 만약 다음에 올 병원체가 코로나19보다 훨씬 심각한 증상을 나타내고 치사율이 높다면 인류는 치료제를 개발할 시간 조차 가지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설사 치료제를 개발하더라도 병원체는 이미 자취를 감추어 버렸거나 다른 형태로 변형이 일어나 힘들게 개발한 치료제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통해 미리 발생할 수 있는 팬데믹의 시점과 병원체의 정체를 미리 예측하고 이에 대비한 진단과 치료제를 미리 개발해 놓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얼마나 가까운 시점에 현실화가 될지 알기 어렵다. 눈에 보이지 않고 급속히 번식하는 바이러스를 현재와 같이 방역과 격리의 방식으로 100% 전파를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설사 이러한 방법으로 어느정도 전파를 막더라도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기약 없이 전 인류가 모든 경제, 사회, 교육활동을 멈추고 버틸 수는 없을 것이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오래 학교를 지금처럼 멈추고 공장을 세워놓으며 각자의 처소에서 자가격리를 참아낼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 방식은 지속가능한 대처 방법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나타날 재앙적 질병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치료의 방식의 변화이다. 지금까지 팬데믹의 주요 원인이 병원균과 바이러스들인데 문제는 이들의 유전적 변이가 빨라서 현재의 진단과 치료법의 개발 방식으로는 이들의 변형 속도를 따라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치료제의 개발은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 검증을 건너뛸 수 없다. 그나마 치료제 개발의 시간을 줄이려면 기존에 사용하는 약들을 새로운 병원체의 치료에 재사용하는 것인데 그것은 운이 좋아야 가능한 것이고 대부분의 경우 새로운 치료제의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 될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인체에서 안전성과 효능의 검증을 급하다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기에 상황이 아무리 급해도 질병이 발생하자마자 치료 약물이 바로 나올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언제 어떤 형태로 발생할 지 모르는 신종 병원체를 대비해서 미리 진단과 치료제를 개발해 놓자고 하는 것은 경제적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공익적 목적이 아니라면 어떤 기업도 자발적으로 미래에 발생할지 모를 병원체에 대하여 진단과 치료제 개발에 투자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음에 올 병원체의 공격에도 무력하게 당하게 될 것이며 다시 경제는 망가지고 사회는 피폐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대안이 있을까? “진리는 항상 단순함에서 찾아야 한다”는 아이작 뉴턴의 말처럼 문제가 복잡할 수록 기본에서 다시 해법을 찾는 것이 좋을 것같다. 비록 코로나19와 같은 감염질환은 아니지만 인류가 가장 무서워하는 암 치료제의 최근 사례에서 우리는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바로 면역암치료제의 혁신적 성공의 사례가 그것이다.

 

지금부터 20년전 항암제 글리벡의 성공 이후 암을 유발하는 요인들을 정밀하게 타겟팅해서 항암 효과를 나타내는 새 항암제의 개발이 유행하게 됐다. 이들 약물은 부작용이 작지만 특정 환자에만 효과를 보이며 초기에 효능을 보이는 경우에도 암의 일부에서만 효과를 보이고 살아남은 암세포들은 약물에 저항성을 보이다가 재발이 되는 경우가 흔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이유는 암도 바이러스처럼 변이가 자주 일어나 한사람의 암이라도 내부적으로는 매우 복잡한 유전적 다양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암환자의 면역 작용을 강화하여 치료효과를 나타내는 면역치료제가 최근 개발되어 암 치료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했다. 이제는 면역을 증강시키는 면역치료제는 암의 원인을 치료하는 타겟치료제와 함께 암환자의 생존 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유전적 변이에 따라 계속 그 모습을 변화시킨다는 점이 암과 유사하다. 이점은 치료제 개발에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제공한다. 따라서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암의 성공 사례를 적용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코로나19의 사례를 보면 국내 인구 중 20세 연령대의 감염 비율이 가장 높음에도 사망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은 반면 80대 이상 연령대의 감염률은 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 사망자의 비율이 50%에 육박하고 있다. 이를 보면 인체의 면역력이 사망률에는 결정적 요인임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미래에 우리 몸에 침투할 수 있는 새로운 병원체와의 싸움에서는 병원체를 제거하는 노력과 함께 병원체가 우리 몸을 상해하지 못하도록 근본적인 면역력을 보강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향후 미래 의학의 연구방향과도 아주 밀접하다.

 

흔히들 미래의학의 특성을 ‘4P의학’이라고 한다. 여기서 4P는 Precision (정밀), Predictive(예측), Preventive(예방), Participatory(참여)를 의미한다. 이러한 개념의 현실화를 위해 다양한 기술적 진보들이 이루어졌지만 그 중에 특별히 예측의학과 예방의학을  현실화하기 위한 과학과 사회, 그리고 의료 현장의 총체적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중국 한나라 말기 명의였던 ‘화타’는 자신의 두 형이 가진 의술을 더 높이 평가했다. 화타의 큰 형은 얼굴빛만 보고도 병을 예측해서 병의 원인을 알아 내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었고 둘째 형은 환자의 증세가 아주 미미한 상태에서 미리 치료해서 병이 진행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는 능력이 있었다. 말하자면 화타의 능력이 정밀의학이라면 두 형은 예측의학 및 예방의학의 중요성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현대사회에서 예측의학과 예방의학의 현실화는 왜 잘 이루어지지 않을까? 첫째로 이러한 예측 의학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리 몸에 병리적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미리 전조적으로 이를 알려주는 센서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이러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생리적 인체 지표가 많이 제시되어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예측 의학이 조속히 현실화되고 있지 못하다. 만약 이러한 센서를 알아 낸다면 암이나 치매와 같은 난치병도 사실 발생의 초기에 미리 그 조짐을 알아낼 수 있어 발병과 사망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최근 암의 예측, 예방을 위해 미국에서 추진하는 ‘전암병변 지도(Precancer Atlas)’와 같은 것이 이러한 움직임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암병변 지도란 다양한 종류의 종양, 수만명의 환자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암의 발병 요인, 치료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을 뜻한다.

 

두번째로 예방의학이 현실화되려면 새로운 인체 방어시스템을 찾아야 한다. 현재까지의 알려진 바로는 인체는 2단계의 면역 체계가 있음이 알려져 있다. 1차 면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포들은 침투한 병원체를 인식하고 직접 병원체들을 먹어 치우거나 2차 면역체계를 가동시키는 신호물질들을 분비한다. 병원체가 1차 면역체계를 뚫고 들어오면 2차 면역체계가 가동하며 항체나 T세포를 동원해서 병원체들을 선택적으로 제거한다. 1,2차의 면역 과정에 작용하는 세포와 물질들의 발견은 많은 노벨상 업적으로 이어졌고 현재에도 이 발견을 이용해 암이나 면역질환 치료제가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사태에서 전세계가 치료제의 부재로 고통받는 것을 보면 근본적으로 이러한 방어시스템을 보완할 새로운 시스템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우리 몸에는 면역체계보다도 더 신속하게 바이러스의 침투를 알아내고 이에 대처하는 상시방어체계가 있을까? 상시방어체계로서 조건을 갖추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첫째는 우리 몸의 모든 세포와 모든 조직에서 항상 발현하고 상존하면서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가장 먼저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는 다양한 병원체의 공격을 감지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셋째는 병원체의 공격을 감지하고 기존의 면역체계를 활성화할 수 있어야 한다. 쉽게 생각하면 비무장지대에서 우리 국경을 지키고 있는 보초들의 근무 수칙과 유사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인체의 많은 하우스키핑 물질(몸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물질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발현)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가 세포나 인체에 비상상황이 벌어지는 경우 신속하게 이를 감지하고 면역체계를 활성화하는 방어작용을 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의약바이오컨버전스연구단은 최근 연구를 통해 이러한 일련의 기능 물질들을 보고한 바 있다. 예컨대 다양한 병원체의 공격에 기존에 알려진 어떤 면역물질보다도 더 신속히 혈류로 분비되어 면역체계를 활성화하는 WARS1의 물질을 국제학술지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에 보고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RNA 바이러스들의 세포내 번식을 막아내는 EPRS 물질을 발견하여 국제학술지 ‘네이처 이뮤놀로지’에 발표했다. 이 물질은 다양한 RNA 바이러스를 공통적으로 막아낼 수 있음으로 범용성 RNA 바이러스 치료제가 될 수 있다. 최근에는 면역증진효능을 시키는 인체유래 자가면역 물질(C-Vax)을 발견했으며 이는 모든 바이러스 백신이나 항암 백신에 결합하였을 때 백신의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런 일련의 보고들은 인체 내에 상시방어체계의 기능을 하는 물질들이 더 많이 존재할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진단과 치료에 활용한다면 미래에 나타날 신종 병원체에 대한 예측과 예방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병원체의 정체를 밝혀내기 전에 일어날 엄청난 인명의 손상과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 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예측 및 예방의학이 더욱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AI와 정보기술(IT)을 연계해 참여의학을 가능하게 한다면 인체의 이상 신호가 실시간으로 의료 현장으로 전달되어 신속하게 국가적인 방역체계를 가동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그나마 긍정적인 소식은 대한민국 바이오기술과 의료 현장의 우수성이 다른 나라에 잘 알려지게 됐다는 점이다. IT와 다양한 제조업에서 세계를 이끄는 한국이 이번 일을 계기로 바이오기술(BT)과 AI, IT, 그리고 다양한 첨단 기술을 융합하는 ‘4P 의학’을 현실화하는데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토머스 프리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센터장은 “낯선 것에 대한 공포가 우리의 연대를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어떠한 질병의 어려움에도 우리 인류는 결국 서로를 믿고 협력하여 극복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이번 사태에서도 잘 볼 수 있듯이 과학기술이 먼저 이 문제를 풀어나가고 국가, 사회가 정확하게 정책을 잡아나가도록 안내를 해야 한다.

원문: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35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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