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사내보] 코로나19가 불러올 의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Attach File : 한전 사내보(KEPCO 2020 Vol.563)_김성훈 교수님application/pdf

(KEPCO 2020 Vol.563=김성훈 연세대학교 약학대학-의과대학 겸임 교수)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현실에서,
우리는 언젠가는 또 발생할 팬데믹(범유행) 질병을 대처하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효율적인 대처를 하기 위해서는
미래의학을 기반으로 기존의 진단과 치료법을 뛰어넘는 새로운 접근을 해야 한다.
그 핵심은 인체의 이상신호로 질병의 치료를 미리 대비하는 예측의학과 예방의학에 있다.

현재의 진단과 치료법으로 팬데믹을 막을 수 없다

2019년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겨우 넉달 만에 발생지인 중국을 시작으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으로 퍼져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특히 선진국에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2020년 3월부터는 엄청난 인명과 경제에 피해를 주고 있다. 전 세계의 의료인과 사회 구성원들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조만간 코로나19 유행은 어떠한 형태로든 진정이 될 것으로 기대되나, 앞으로도 어떠한 형태로든 병원체들의 공격은 이전보다 좀 더 자주 빈번하게 그리고 좀 더 강하게 계속될 것으로 우려가 된다.
세상 모든 일에는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듯이 현재 코로나19의 유행은 우리에게 많은 물질적·사회적 피해를 끼쳤지만,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것들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였다. 첨단과학으로 무장된 현재의 글로벌 시대가 인류 삶에 많은 편리함과 공중보건 개선에 기여하였지만 국가 간, 개인 간의 삶이 밀접해짐으로 인해 외부의 작은 도전에도 전 인류가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게 된 것이다. 불행하게도 앞으로 이러한 세계적 유행병의 발생이 일상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가 된다. 그렇다면 현재 각 국가가 사용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자가 격리 등의 방식은 지속가능한 방향이 아닐 수 있으며 기존 방법을 혁신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해답이 될 키워드, 예측의학과 예방의학

미래의학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키워드를 흔히 ‘4P’ 의학이라 지칭한다. 여기서 4P는 Precision(정밀), Predictive(예측), Preventive(예방), Participatory(참여)를 의미한다. 병이 걸리기 전에 예측하고 예방하는 것은 병의 치료보다 중요하고 사회적인 비용 또한 적게 들일 수 있다. 이번 코로나19 유행에서 가장 간단하고 효율적인 예방법으로 알려진 손 씻기를 살펴봐도 이 개념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1846년 헝가리의 산부인과 의사였던 제멜바이스는 당시 산모들을 공포로 몰고 갔던 산욕열을 연구하던 도중 특정 병동에서 산욕열의 발병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을 발견하였다. 원인을 찾던 중 이 산욕열이 높게 발병하는 병동의 근처에는 해부실습실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놀랍게도 의대생들이 실습하지 않는 기간에는 산욕열의 발병률이 낮아진다는 것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파스퇴르에 의해 미생물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던 때였으나 제멜바이스는 실습에 사용되는 기증 시체가 부패하면서 어떤 존재들이 이 산욕열을 발병시킨다는 것을 예측하였고, 이 근거들을 기반으로 의과대학교 실습생들이 분만에 들어가기 전 손을 염소 용액에 담그는 것을 규칙으로 정하였다. 그 결과는 아주 극적이었다. 산모의 사망률이 불과 1%대로 떨어진 것이다. 이렇듯 170여 년 전에도 현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간단한 예측과 예방만으로도 수많은 생명을 살려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수많은 연구데이터 및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될 미래에는 예측의학과 예방의학이 더욱 빛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현실화하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

그러나 정밀한 예측의학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 이유는 우리 몸에 병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미리 알려주는 생체 내 센서를 발견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록 연구를 통해 생체 내 센서들이 발견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 수나 관련 질병과의 연관성이 많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행히 최근 이러한 노력이 시작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에서 추진하는 ‘전암병변 지도(Precancer Atlas)’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다양한 종류의 암과 수만 명의 환자에서 확보한 자료를 기반으로 암이 발생하는 원인, 치료 방식에 대해 사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예방의학이 함께 이루어지려면 인체 면역 시스템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어야 한다. 어떠한 형태의 병원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체가 우리 몸에 침입할 경우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이를 확인하고 방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면역 연구만을 가지고는 새로운 병원체의 공격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증명되었으며 기존에 알려진 면역 시스템보다 더 빨리 병원체의 침입을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인체 방어 시스템을 발굴하여 더 감염이 퍼지기 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다행히 인체 내의 새로운 방어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보고들도 나오고 있어 이러한 발견을 활용하면 신종 병원체에 대한 초기 예측과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병원체의 정체를 알아내기 전에 발생할 인적 및 사회·경제적 피해 또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같은 확진자라도 어떤 사람은 사망에 이르고 어떤 사람은 무증상으로 지내는 경우가 있다. 즉 병원체의 공격에 대하여서도 개인별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이러면 치료의 방식도 달라져야 하며 이때 사용되는 기법이 바로 정밀의학이다. 그리고 정밀·예측 및 예방의학이 더욱 힘을 낼 수 있기 위해서는 환자와 의료진 간의 실시간 교류가 필요하다. 휴대폰, 태블릿 컴퓨터와 같은 기기를 통해 인체의 이상 신호가 실시간 의료 현장으로 전송되고, 전송된 자료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을 통해 분석된다면 더욱 신속하고 정확한 국가적 방역 시스템이 완성될 것이다.

인류의 협력이 필요한 현실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세상은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 감염병 발생을 예측하여 그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고 그런데도 발생을 하게 되면 초기에 예방과 참여 의학의 기법으로 범유행을 막아야 한다. 그래도 안 될 땐 정밀의학의 기술로 사망을 최소한으로 막아내는 방식으로 몇 겹의 방어벽을 쳐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다른 선진국들이 부러워할 정도의 바이오기술과 의료 현장의 우수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대한민국이 IT와 같은 정보 기술뿐만 아니라 바이오기술 분야와 다양한 학문과 첨단 기술을 융합하는 미래의학을 선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인류가 극한의 위기에 처한 현실을 보여준 영화 <인터스텔라>에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질병의 위기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우리 인류는 해답을 얻을 것이고 이를 극복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간의 무한하면서도 따뜻한 신뢰와 더불어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객관적인 대응과 함께하는 사회적 정책 수립이 필요할 것이다. 그 중심에 대한민국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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