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 의학’ 속도 내려면

[포럼] `맞춤 의학` 속도 내려면

연구개발 성과 확산에서 협력과 융합 중요성 커져
막대한 비용 고려할 때 기업형 연구로 이어져야
상용화 가능해 질 것 산업간 협력 무엇보다 중요 

입력: 2015-03-19 19:30
[2015년 03월 20일자 22면 기사]

[포럼] `맞춤 의학` 속도 내려면
김성훈 글로벌프론티어 의약바이오컨버전스연구단장

아프리카 속담 중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라는 말이 있다. 혼자 가는 길이 처음에는 빠를 수 있지만 아프리카의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려면 여럿이 함께 가야 적과 맹수의 위협으로부터 생명을 지키면서 결과적으로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뜻이다.

성공을 위한 길은 혼자서도 가능하지만 주변에 같은 목적과 방향을 가진 동반자가 있는 것이 훨씬 좋다. 서로의 경험과 성공의 공유는 실패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개발 성과를 확산 하는데 있어서도 협력과 융합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미래 헬스케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맞춤 의학’이다. 개인적인 유전적 차이에 맞춘 다양한 신약을 개발하여 각종 암과 신종질병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치료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약학은 그동안 인류의 삶을 개선하는데 기여해 왔다. 약학은 약물의 성질과 효능, 약물이 생물에 미치는 영향, 약물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약품의 조제, 수혜자에 대한 공급의 경제적 타당성 등 생물과 약물의 관계에 대한 종합적인 이론과 기술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하지만, 기존 약학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불치병들이 남아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하루 빨리 개개인에 최적화된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필수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신약 개발은 정체기를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신약 개발이 정체기에 들어선 이유는 무엇보다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는데 너무나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데 있다. 신약개발은 타깃발굴부터 임상시험까지의 과정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선형구조로 되어 있다. 앞 단계의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음 단계 연구 진행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연구 간 유기적인 연결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데 10년 이상의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이러한 비효율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출범한 것이 미래창조과학부가 글로벌프론티어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의약바이오컨버전스연구단이다. 연구단은 ‘고효율 신약개발 플랫폼 개발’이라는 목표의 실마리를 바로 ‘협력과 융합’에서 찾았다. 선형구조를 벗어나 각각의 단계가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도록 했으며 이들로부터 개발되는 새로운 기술과 정보들을 통합 검증하는 중앙연계 사업을 두어 각종 노하우와 리소스, 인프라 등이 흩어지지 않고 한 곳에 모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와 함께 생명공학기술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전자·기계·컴퓨터 분야는 물론 나노기술(IT) 등 다양한 백그라운드의 연구자들을 구성원으로 참여시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연구 과정에서 도출되는 각종 문제들을 혁신적으로 해결하는데도 ‘융합’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 결과 ‘의약바이오컨버전스연구단’은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기전의 항암타깃으로 ‘LRS(셀 2012년 발표)’, 암치료용 단백질 ‘GRS'(PNAS 2012년 발표), 암전이 억제용 타깃으로 ‘KRS'(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 2014년 발표)등을 세계 최초로 발굴하는 업적을 이루어왔다. 무엇보다 연구단의 업적으로 평가할 만한 것은 다양한 기술간의 융합연구와 산 ·학 ·연을 아우르는 협력연구를 통해 연구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였다는 점이다. 연구 초기부터 거대제약사들의 연구와 구분되는 독창적인 연구주제를 선정하고 연구의 내용을 초기부터 임상현장과 제약업계에 공유하여 함께 연구를 진행했다. 현재는 연구단의 연구 주제와 파이프라인을 글로벌로 확장하기 위한 여러가지 발판을 구축하고 있다. 

신약개발은 신약 후보물질 원천기술개발이 끝이 아니라 그 이후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고려할 때 기업형 연구로 이어져야만 상용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국내의 제약 산업 규모가 세계 수준의 100분의 1정도로 작기 때문에 후속 연구와 이에 걸맞은 투자를 받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좋은 신약 후보물질이 개발되더라도 상용화까지 이어지지 않는 이유다. 다양한 분야의 기술 연구와 산업이 협력하고 융합됐을 때 미래 ‘맞춤 의학’실현을 가능케 하여 인류의 생명연장의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김성훈 글로벌프론티어 의약바이오컨버전스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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