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제약펀드, 지원실적 ‘제로’

복지부 제약펀드, 지원실적 ‘제로’

지난해 9월 출범, 해외 M&A 부담에 대상 선정 쉽지 않아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정부가 국내 제약사의 해외진출을 돕겠다며 야심차게 조성한 ‘글로벌 제약산업 육성 펀드'(이하 제약펀드)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출범한 이후 연내 제약사 1~2곳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공언이 무색하게 후보만 있고 지원은 없는 ‘속빈 강정’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까지 제약펀드의 지원을 받은 제약사는 단 한 곳도 없다. 당초 복지부는 지난해 9월 민·관 합동으로 복지부 1호 정책펀드인 제약펀드를 출범시키면서 “연내 1~2개 제약사에 대한 투자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성과 없이 해를 넘겼다. 

정은영 제약산업팀장은 “지난해 말까지 1호 펀드 지원 대상을 선정하려고 했으나 검토할 사항이 많아서 늦어지고 있다”면서 “제약펀드 운용사인 인터베스트에서 후보군 20곳을 추려 검토 중인데 몇몇 제약사는 실사 단계”라고 말했다.
 
제약펀드는 복지부 200억원을 비롯해 한국정책금융공사 500억원, KDB산업은행 100억원, 한국증권금융 100억원, 농협중앙회 30억원, 인터베스트(운용사) 70억원 등의 출자를 받아 1000억원 규모로 조성됐다.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벤처 제약사를 상대로 해외 제약사 인수합병(M&A), 유망 신약 파이프라인(후보 물질) 도입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펀드 지원 대상을 선정하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 같은 결과는 펀드 성격상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덩치가 큰 해외 제약사 M&A를 하려는 ‘간 큰’ 제약사는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제약사 관계자는 “규모가 큰 해외 제약사를 M&A 하려면 제약펀드 지원을 받아도 회사 명운을 걸어야 할 정도라 보수적인 제약업계 특성상 나서기 힘들 것”이라며 “차라리 국내 제약사 M&A에도 펀드를 지원해준다면 자연스럽게 업계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해외 제약사 M&A 등 해외진출에 초점을 맞춘 특화펀드라 어쩔 수 없다고 항변했다. “대기업이 중소제약사를 사들이는 자금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일각의 우려도 작용했다. 정은영 팀장은 “1호 펀드의 200억원 예산 배정 때 국회 등에서 대기업 제약사가 중소제약사를 ‘사냥’하는 데 제약펀드가 쓰이면 안 된다는 우려가 가장 컸다”면서 “국내 제약사 M&A를 지원하긴 어렵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복지부는 올해 2호 펀드를 위한 예산 200억원을 배정받았다. 1호 펀드와 같은 목적, 같은 규모로 출범될 예정이다. 

아시아 경제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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