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부작용, 수컷의 세포로만 실험하기 때문

新藥 부작용, 수컷의 세포로만 실험하기 때문


[EU와 ‘젠더 혁신 프로젝트’ 추진… 쉬빙거 스탠퍼드大 교수]

여성 과학史 연구에 일생 바쳐… 지식 체계의 性別 편향성 분석
“朴대통령, 성 평등 노력 기대 돼”

여성이 신규 임용 판사의 87.5%를 차지하는 시대에 성(性) 평등을 논하는 건 시대착오적일까?

론다 쉬빙거(Schiebinger·61) 미국 스탠퍼드대학 교수의 대답이 재미있다. “노벨상을 받는 여성 과학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그녀들은 자기 남편보다 2배 이상 가사 노동을 하지요. 이게 우리의 진짜 현실입니다.”

론다 쉬빙거는 과학 속 여성의 역사를 연구하는 데 일생을 바친 학자다. 하버드대 박사 학위 논문이었던 ‘두뇌는 평등하다: 과학은 왜 여성을 배척했는가?’는 여성 과학사의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2010년에는 젠더와 과학기술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작성해 유엔에서 기조강연을 했고, 현재 유럽연합과 미국국립과학재단이 공동 지원하는 ‘과학·약학·기술·환경에서의 젠더 혁신’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활약 중이다.

“한국 남자들은‘성 평등’이란 말만 나오면 경기를 일으킨다”는 농담에 쉬빙거(왼쪽) 교수가“남성도 행복해지는 일인데 왜?”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유머 많은 쉬빙거 교수는“블랙 앤드 화이트를 즐겨 입느냐”는 김명자 전 장관의 질문에“핑크도 좋아하지만 검은색이 잘 더러워지지 않아 더 자주 입는다”고 해서 웃음이 터졌다.
 “한국 남자들은‘성 평등’이란 말만 나오면 경기를 일으킨다”는 농담에 쉬빙거(왼쪽) 교수가“남성도 행복해지는 일인데 왜?”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유머 많은 쉬빙거 교수는“블랙 앤드 화이트를 즐겨 입느냐”는 김명자 전 장관의 질문에“핑크도 좋아하지만 검은색이 잘 더러워지지 않아 더 자주 입는다”고 해서 웃음이 터졌다. /김지호 객원기자

쉬빙거는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1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여성과총 회장인 김명자(69) 전(前) 환경부 장관과는 인연이 각별하다. “전공은 화학(서울대)이지만,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를 번역한 인연으로 대학에서 20년간 과학사를 강의했거든요. IT, NT 등 과학기술 수준이 시장 지배력을 결정하는 시대에 여성 과학자들이 처한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지원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고 있습니다.”

‘젠더 혁신(Gendered Innovation)’의 뜻을 쉽게 풀어달라는 김 전 장관의 말에 쉬빙거 교수가 놀라운 사례를 들려줬다. “미국에서 최근 3년간 10종의 의약품이 시장에서 퇴출당했습니다. 부작용으로 회수된 거죠. 그 중 8종이 여성에게 부작용을 일으켰습니다. 동물의 조직이나 세포를 대상으로 하는 실험에서 대부분 수컷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한 달 주기로 호르몬 변화가 일어나는 여성의 신체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거죠. “

‘구글 번역’의 오류를 바로잡은 이야기도 덧붙였다. “몇 년 전 스페인 언론과 인터뷰한 적이 있어요.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 기사를 해석하려는데, 내가 여성인데도 번역은 계속 ‘He said”He wrote’로 나오더군요. 지난 30년간 여성의 사회 참여가 급증하면서 언어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고, 인터넷만 해도 남성·여성 대명사의 사용률이 4대1에서 2대1로 떨어졌는데도, 구글의 무의식적 편견은 여전했던 거죠.”

‘과학 속의 여성’이라는 미답의 분야를 파고든 건, 하버드대학원에서 역사학을 전공할 때였다.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독일에 갔다가 여성 지성사를 파고들게 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젠더라는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쓴다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지만 과학 속의 여성 역사, 인류 지식 체계의 젠더 편향성을 분석해보고 싶었어요. 어떻게 해서 과학이 여성을 배제해왔고 그것을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게 했는지 밝히고 싶었죠.”

‘수학·과학에 여성이 약한 게 사실 아니냐’는 질문에 쉬빙거가 펄쩍 뛰었다. “자녀가 수학과 과학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그 아이의 어머니가 자식이 수학과 과학을 얼마나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여성성과 남성성은 스펙트럼과 같아요. 모든 사람이 여성성과 남성성을 가지고 있죠. 우리가 공적인 자리에서 회의를 주관할 때는 남성성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여성적인 행동을 더 많이 하지 않나요?”

쉬빙거는 스탠퍼드대학 동료 교수인 남편 로버트 프록터(Proctor) 사이에 두 아들을 두었다. 이름이 제프리 쉬빙거(22)와 조너선 프록터(19)라고 했다. “남편과 저의 성(姓)을 각각 붙여줬죠. 그래서인지 때로는 형제로, 때로는 성이 다른 독립적 개체로 서로를 이해하는 것 같아요. 저는 두 아들이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 없이 젠더 프리(gender-free)하게 자라길 원해서 밝은 색 옷을 입히고 인형도 갖고 놀게 했어요. 유치원에 들어가면서 모든 게 엉망이 됐지만요(웃음).”

김 전 장관이 “최근 어느 인터뷰에서 당신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여성 대통령’이라고 했는데 어떤 뜻이냐”고 묻자 쉬빙거가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여성 대통령을 선택했다는 것은 이미 그 사회가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극복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지요. 물론 대처 총리처럼 극히 보수적인 리더십은 별 도움이 안 되지만요. 한국에 머무는 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성 평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김윤덕 기자

입력 : 2014.01.0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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