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등 9가지 표적 발굴…신약 개발 가능성 높여

입력: 2015-07-12 21:41:28 / 수정: 2015-07-12 21:45:14

암세포 등 9가지 표적 발굴…신약 개발 가능성 높여

과학기술 프런티어 – 의약바이오컨버전스연구단

암 전이 유전자 작동 원리 규명
간경화 등 신약 후보물질 찾아
국내 제약산업 글로벌 도약 목표

김성훈 의약바이오컨버전스연구단장(오른쪽)이 지난 10일 경기 수원시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들과 함께 신약 후보물질을 시험하고 있다. 수원=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김성훈 의약바이오컨버전스연구단장(오른쪽)이 지난 10일 경기 수원시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들과 함께 신약 후보물질을 시험하고 있다. 수원=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제약산업은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르는 잣대다. 10대 글로벌 제약사를 배출한 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 5개국에 불과하다. 신약 하나를 내놓는 데만 최소 10년의 개발 기간과 1조원 이상의 투자비가 든다.

김성훈 서울대 약학대 교수가 이끄는 의약바이오컨버전스연구단은 한국 제약산업을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시키는 것이 목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1년 연구단을 글로벌 프런티어 사업단으로 선정해 2019년까지 매년 100억원씩 지원하고 있다.

신약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는 ‘타깃’을 찾는 일이다. 타깃이란 질병을 일으키는 핵심 요인이자 신약의 적용 대상이다. 예를 들어 동아ST가 지난해 개발한 항생제 ‘시벡스트로’는 세균의 리보솜을 타깃으로 삼았다. 주된 성분인 ‘테디졸로이드’가 리보솜에 붙어 단백질 합성을 방해해 균의 번식을 막는다. 리보솜은 리보 핵산(RNA)과 단백질로 이뤄진 복합체로, 세포질 속에서 단백질을 합성하는 역할을 한다.

신약의 타깃 발굴은 쉽지 않다. 평균 성공률이 1000분의 1 정도다. 그래서 타깃 발굴은 제약사가 아닌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주로 이뤄진다.

김 단장은 연구단을 세계 최고 수준의 ‘타깃 팩토리’로 도약시킨다는 각오다. 그는 “타깃 하나당 신약 후보물질이 200~300개씩은 붙어 있다”며 “타깃 발굴이 그만큼 어렵지만 한국 제약산업 선진화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연구단은 아홉 개의 타깃을 발굴했다. 암 전이를 일으키는 ‘KRS 유전자’가 그중 하나다. 김 단장 팀은 KRS 유전자의 작동 원리를 세계 최초로 밝히고 이를 억제하는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냈다. 한 국내 제약사와 공동으로 후보물질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김 단장 팀은 암세포를 증식하는 ‘LRS 분자’의 작용 원리도 처음으로 규명했다.

한균희 연세대 약학대학장 팀은 LRS를 억제하는 신약 후보물질도 발견했다. 항암제로 널리 쓰이는 라파마이신은 내성을 지닌 암세포가 학계에 다수 보고돼 대체 신약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 학장 팀은 라파마이신에 내성을 보이는 암세포에 신약 후보물질을 주입해 암 성장 억제효과를 입증했다.

황광연 고려대 생명공학부 교수 팀은 폐섬유화 간경화 등을 일으키는 ‘PRS 단백질’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PRS를 저해하는 신약 후보물질도 찾았다. 유일한 폐섬유화 치료제인 퍼페디논(스위스 로슈 개발)보다 약 20배 개선된 약효를 보여 신약 개발 전망도 밝다.

김 단장은 “신약 타깃 발굴은 세계 어떤 제약사도 직접 투자하기를 꺼린다”며 “국가가 이런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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