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만 골라 제거하는 수술용 칼

▲ 암조직만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수술용 나이프가 개발되었다.  ⓒImperial College

암 수술을 하는 동안 의사는 환자의 암조직과 정상조직 간 경계선을 육안으로는 정확히 구분할 수 없다. 따라서 수술중에 암으로 의심되는 조직의 암 발생 여부를 파악하려면 샘플을 잘라내 조직검사실로 보낸 다음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암조직 여부를 확인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30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그 사이에 수술환자는 마취상태에서 마냥 누워 있어야만 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의사는 수술 시에 암조직과 정상조직의 경계선을 넉넉하게 잘라내는데, 그 이유는 제거하지 않은 부위에 암조직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으면 다시 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앞으로는 환자나 의사 모두 지금처럼 기다릴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국의 과학자들이 암조직과 정상조직을 구분하여 종양으로 이루어진 암 조직만 100% 정확하게 잘라낼 수 있는 똑똑한 수술용 칼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암조직만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수술용 나이프

온라인 과학 매체인 유레카얼러트(eurekalert)는 영국 임페리얼 대학의 연구진이 수술중 실시간으로 암 조직을 찾아 제거할 수 있는 수술용 나이프를 개발했다고 보도하면서, 이 스마트한 수술용 나이프의 이름이 ‘아이나이프(iKnife)’라고 밝혔다.

유레카얼러트의 보도에 따르면, 이 수술용 칼의 특징은 스스로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구분해 정교하게 암세포만 제거해 주는 것이다. 아이나이프를 사용할 경우 암세포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 외에도 이에 소요되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정확하면서도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의 공동 책임자인 임페리얼 대학의 졸탄 타가츠(Zoltan Takats) 박사는 “아이나이프를 사용하면 수초내에 암세포를 분석해 제거할 수 있다”며 “암 세포를 제거할 때 발생하는 열과 전기 정보를 분석하여 정확하게 암 세포를 판단하고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타가츠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아이나이프는 1920년대에 발명된 전기 외과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전기 외과술은 전류를 사용하여 생체조직에 빠르게 열을 흘려 보내 혈액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조직을 절개하는 방법인데, 이렇게 절개된 조직은 증발되는 연기를 발생시킨다.

타가츠 박사는 이렇게 발생되는 연기 속에 생물학적 정보가 풍부하게 들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연기 내에 존재하는 화학 물질을 분석하는 질량분광장치(mass spectrometry device)를 나이프에 연결시켰다. 아이나이프는 조직에서 나오는 연기를 분석하여 정상조직일 때는 녹색, 암 조직일 때는 적색으로 분석결과를 모니터에 표시하도록 제작되었다..

▲ 아이나이프와 연결된 질량분광장치  ⓒImperial College

세포의 다양한 유형은 서로 다른 농도의 수천 가지의 대사산물을 생성하기 때문에, 임페리얼대 연구진은 이러한 특징을 화학적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하면서 암 조직을 감별하고 그 정보를 분석하는 연구를 계속하여 반복해 나갔다.

그리고 연구진이 수술용 나이프와 연결되어 있는 질량분광장치가 암 조직과 정상 조직을 일부 태울 때 나오는 연기의 특징이 수록된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한 결과, 아이나이프는 암 조직 제거 수술과정 중에서 발생하는 연기를 분석해 3초만에 암 조직인지 아닌지를 구분해 냈다.

실험에 사용된 데이터베이스에는 뇌종양과 유방암, 그리고 대장암, 간암, 폐암, 위암 등 각종 암환자들로부터 채취한 암 조직 샘플의 발생되는 연기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들어있었다. 모든 테스트에서 아이나이프에 의해 식별된 조직의 유형은 전통적인 방법에 따라 진단된 것과 일치하는 결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타카츠 박사는 “아이나이프가 암 수술 과정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절제 수술과 진단 기능을 하나로 합친 아이나이프가 암의 재발률을 감소시켜 더 많은 암 환자가 생존 가능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다른 공동 책임자인 임페리얼대의 다지(Darzi) 교수도 “아이나이프는 암 수술을 할 때 의사들이 어떤 조직을 남기고 어떤 부위는 제거해야 할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는 핵심기술”이라며 “앞으로 아이나이프가 암 수술에 미치는 영향은 굉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암 외에도 다른 질병에 사용할 계획

영국에서는 해마다 30만명 이상이 암 진단을 받고 200만건 이상의 수술이 이뤄지고 있지만 유능한 의사들조차 문제가 된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때로는 암이 재발하거나 환자가 재수술을 받아야 하기도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에 개발된 아이나이프는 실시간으로 의사의 결정에 기여할 고급 화학 프로파일 기술 중 하나의 표본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에 대해 역시 본 연구의 공동 책임자이자 임페리얼대의 종양 외과장인 제레미 니콜슨(Jeremy Nicholson) 교수는 “아이나이프는 환자의 암 치료를 최적화하는 새로운 프레임의 일부”라고 덧붙였다.

▲ 아이나이프는 암 외에도 다른 질병에 사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Imperial College

실제로 연구진은 아이나이프를 통해 암환자 시술 과정에서 총 81개에 달하는 암세포를 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술에 참여한 의사들은 “빠르게 수술이 진행된 덕분에 불과 30분도 채 걸리지 않아서 수술을 마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아이나이프는 현재 제품 개발 및 출시 초창기인 상황이라 제품 하나당 약 38만 달러로 상당히 비싼 수준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아이나이프가 이미 런던의 병원 3곳에서 사용되고 있다”며 “생산이 본격화되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면 가격은 점차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타가츠 박사가 밝힌 계획에 따르면, 현재의 아이나이프 연구는 암 진단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향후에는 혈액공급이 제대로 안 되는 조직이나 특정 박테리아에 감염된 조직을 구분하는 등 다른 목적에도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 외에도 쇠고기에서 말고기를 구별하기 위해 아이나이프를 사용하는 실험도 실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3.08.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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